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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보여행

걸어서 동해안 첫날( 2009.4.8 ) 대진-송지호



1. 시작동기

어느날 술자리 대화~~

'요즘 제주도 올레길인가? 도보여행 관심이 점점 커지는것 같던데,,,'
'우리도제주도 한번~도는거 어떠냐? 200Km정도 되던데,,,,,'
'그거 좋은데??'
'제주도 수영으로 가는거라면 몰라도 Scale이 너무 작은거 아닌가?'
'차라리 남한 일주 어때??'
'그거 좋다…..아직 사지 멀쩡할 때 해야지,,,'

참고로 우리들 나이가 이제 60-61이다.
그렇게 시작된 “걸어서 해안 따라 남한일주” 계획이 탄생된다.

단순 무식하게 결정 된거지만 따져볼 것은 따져봐야지….
거리를 대충 잡아보니 2100Km
동해안 550km 남해안 950km 서해안 600km
남해안이 꾸불꾸불 리아스식 해안에 큰섬 몇 개를 합치니 무지하게 길다.

신발이 몇켤레 정도 닳을라나????

대장정 스타트를 4월 7일로 잡았다.
허부길 이휘연 윤국로,,,,고등학교 동창3명이다.
머리로 하는것은 제대로못해도
몸으로 때우는 것은 자신있다는 좌우명으로 살아온 사람들이다.


2.출발

4월7일 강변터미널.
베낭에 대충대충 입고/먹고/걸어갈 최소장비를 메고 모인다.
이휘연 베낭이 유난히 크고 무겁다. 뒤에서 보니 머리위로 20cm는 올라간듯 하다.
아마 백두대간 100일정도는 추가공급없이 마무리 할수 있을 듯 하다.
저안에 뭐가 들었을까??? 궁금!!!

주동엽이 빵 한보따리 하고 커피를 싸들고 버스 승강장에 나타난다.
같이 가고 싶은데~~ 여건이 허락치 못해 못가는 친구다.

타야할 버스 앞에서 커피 한잔씩 마신다.


일단 서울을 벗어난 버스는 양수리를 지나 양평을 향한다.
어째 무릎팍도 좀 아픈 것 같고, 으시시 몸살이 올것도 같고,,약간 불안하다.
오후 햇살에 창밖을 스쳐 지나는 한강이 여행의 출발을 실감나게 해 준다.


홍천강을 끼고 달리던 버스가 어느덧 설악에 접어든다.

등산을 유난히 좋아하던 친구들이라 설악을 지나면서 할얘기들이 너무 많다.

12선녀탕~ 공룡~백담사~대승~ 봉정암~양폭~
끝이 없는 설악의 추억을 더듬으며 종이컵에 소줏잔을 홀짝이다 보니

진부령을 넘어동해가 보인다. 가슴이 설렌다.
동해 7번 국도를 치고 올라가는 버스창으로 동해바다가 스쳐지나간다.


민간인 버스가 올라갈수 있는 최북단 종점 대진에 내리니
해는 이미 서산에 넘어가 버렸고.. 하차 승객은 우리 3명하고 휴가후 귀대하는 군인들 몇명이다.

요즘 군대 정말 좋아지긴 한것 같다. 찝차가 하나 와서 기다리고 있다가 몇명의 군인 태우고,

몇명은 핸드폰으로 부대로 전화를 한다. 아마 차 나오라는 전화 인가보다.

가로등 이 이미 켜지기 시작한 바닷가 동네는 적막하기만 하다.

슈퍼의 빨간 간판이 반가워 쇼핑겸 들어서 민박을 물으니 우리집이 민박이란다.

그냥 결정을 하고 들어서니 그런데로 조리도구, 화장실, 보일러, 이부자리,,,,

완벽하고 럭셔리는 아니지만 다 갖추어진 콘도식 방이다.

간단히 식사와 소주~~ 그리고 누웠다. 첫날밤이 이렇게 시작 된다.



3. 첫째날
3시나 되었나? 부시럭 부시럭….. TV에서 YTN뉴스가 흘러 나온다.
완전 노인체질인지,,,, 벌써 잠이 깨서 두시럭 거리는 사람이 있다.
'에이~~뭐여 저건???' 하면서 억지로 더 눈을 감는다. 어릴때 할아버지들이 저랬는데,,,,,

동해의 첫날 새벽!!
동해의 아침해가 올라온다. 약간의 연무가 끼어
수평선에서 밝게 밀고 나오는 모습은 볼수가 없었지만
첫날의 일출인지라 장엄한 마음으로 경건하게 일출을 맞는다.


아침을 된장국으로 맛있게 마치고 설거지까지 마무리한후
간단한 의견교환을 하고는 트래킹화의 끈을 조아 맨다.
그리고는 남으로 출발!!!! 7시40분이다.
대진으로부터 시작이다. 원래는 통일전망대에서 출발예정이었으나
공무원들이 9시부터 업무가 시작되어 새벽에는 출입이 어렵다고 한다.

다음에 통일되어 두만강까지 올라갈때~ 가기로 하고 여기서 남으로 가자..


민박집 바로 앞 모래사장으로내려서니 동해의 아침이 눈이 부시다.

왼쪽으로 아침해가 점점 힘을 키우면서 따끈해진다.

바닷길을 따라 가기 시작한다.


조금 걸으니 광개토대왕 능을 지나고~~


과거에 최북단 해수욕장으로 명성을 날리던 화진포 해수욕장이 넓게 나타난다.
지금은 화진포보다 북으로 명파/초도등 해수욕장이 몇 개가 더 있다.

70년대 말 텐트를 쳤던곳인데 도무지 거기가 어딘였는지 짐작도 안간다.

해변과 바다는 유구한데~ 야영지와 분위기는 어딜갔나???

아마 저 주차장이 거기 아니었나 싶다.





반대편에서 찍은 화진포 해수욕장 전경이다.


해변을 약간 벗어나는듯 싶더니 바로 김일성/이승만/이기붕 별장이 나온다.
김일성 별장이라길래 김일성이 여기에 부동산 투자 한줄 알았는데..잠시 들였던 기록이 있단다.

화진포 호수에 비친 이승만 별장이 마침 아침햇살을 받아수면에 대칭으로 반영이 된다.

아름답다. 왼쪽은 솔밭 오른쪽은 화진포 호수 그리고,,,호숫가 벗꽃이 아름다운 그림을 그려 놓는다.


거진을 향해 터덜 터덜 걸어간다.
동해가 정말 아름답다. 감탄사가 계속 이어진다.
유감스러운 것은 그 아름다운 절경을 끊임없이 갈라놓은 철조망~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나라가 갖는 서글픈 현실~~
그런데 요즘은 그 철조망을 놓고 관민이 대치하고 있다고 한다.
생존을 위해 철조망을 철거해 달라는 민원과
철조망 없이는 철벽방어가 어렵다는 국방…

한참을 그렇게 걸어가다 보니
커다란새들이 바위에 몰려있다. 가마우지(?)라고 한다.
웬 해녀들이 바위에 걸터 앉아 쉬고 있는줄 알았다.


거진에 거의 도착할 무렵 길바닥에 쭈구리고 앉아 지도를 본다.
겨우 이거 오는데 이렇게 많이 걸리나??
거진항구에 도착한 것이 9시50분 쯤이니 2시간을 걸은것이다.





항구에 정착된 배들은 갈매기와 한가하게 쉬고 있는데
항구바닥은 왁자한 시장이 시끄럽고 힘이 넘쳐난다.
커다란 홍게가 5마리 2만원 … 한보따리다.
고급게는 아니지만 그래도 먹음직 스럽다. 항구옆의 시장통을 통과한다.


아침에 밥을 너무 많이 해서 먹다 남은밥을
할수없이 비닐에 싸가지고 나왔는데, 오늘 점심은 아무래도 그걸 치워야겠다.
중간에 밥먹을곳을 찾다가
고성군에서 만들어 놓은 6.25참전용사탑/파월장병탑 의 벤치에 앉아
라면을 국삼아 끓여서 점심을 때웠다.

시원한 그늘도 좋았지만 먹고나니 아직은 양지가 포근하다.

참전탑의 돌바닥에 누워 햇볕을 쪼인다.

그리고 간성을 향해 간다.
봄가뭄에 산불들이 전국적으로 기승이라 불조심 문구들이 요란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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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가 되니 다리가 좀 아파 온다.
안쓰던 근육들이 놀래서 약간의 신호를 보내나 보다.
그래도 바람이 좀 싸늘해서 걷기가 쾌적하다.
한동안 도심지와 모텔촌들을 지나던 길이 다시 바다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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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가 거의 되어 가진항에 도착한다.
가진항 물회가 최고라며 휘연이가 침을 삼키고
부길은 박계주 미국갈 때 송별 소주를 여기서 먹었다고 역설~~
안먹고 그냥 갈수가 없다.
No4호 집 탁자에 철푸덕~ 주저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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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사건 하나가 조용히 발생한다.
주인 아줌마가 펑퍼짐한 60대 아줌마인데,
아줌마 “물회 드실라고?”
휘연 “예~~ 2인분하고 소주 한병만 주슈!”
아줌마 “ 보따리가 왜이렇게 크대~~~끄응~~~꼼짝도 않네”
부길 “ 그거 지고 대진부터 걸어오는중유~~”
아줌마 “ 아이구 대단들 하시구만~~ 그래도 집나오면 개고생인디~”
휘연 “내짐이 젤 무거 보이죠?”
아줌마” 나이는 어케 되셔??”
휘연 “올해가 환갑이요~~환갑~~~”
아줌마 “(눈을 치뜨면서)에이 안그렇게 보이는디”
휘연 “(반갑게~)안그런 것 같아요?”

****우리의 이휘연 50대 중반으로 밖에 안보인다는 얘기를 할려는줄 알고
얼굴이 밝아지는 찰라!! 아줌마의 입에서 나오는 폭탄발언*****

아줌마 “ 70은 되보이누만 이냥반이 날 어캐보고~~속일려고 해~~”

**** 휘연이 이말듣고 변하는 똥씹은 인상! 이얘기는 나중에 2탄 3탄이 연결됨****

또다시 일어서 걷는다.
다시시작되는 바닷길이 여기저기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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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호 해수욕장에 도착을 하니 오후 다섯시인데
더 이상 가면 민박 잡기가 수월치 않을 것 같아
해수욕장내의 슈퍼를 들렸다가 슈퍼2층 ‘꼭지’ 민박으로 정하고 샤워를 한다.

조금 지나니 서울에서 윤정섭 안한철 둘이 속초에 도착했다는 전화~
10여분 기다리니 송지호에 도착을 한다.
첫날 내려와서 영양보충을 해주겠다던 출발전 약속을 지키는것이다.
도착하면서 바로 안한철이 하는말
“너희들은 슈퍼를 낀 민박을 잡는 것을 철칙으로 하는구나?
(소주)보급 때문에 그런거야?? “


바로 차를 타고 속초로 나갔다.
오징어 순대를 아주 잘하는 집이 있다기에

찾아들어 저녁식사를 아주 푸짐하게 잘하고 다시 송지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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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한철이 약간 꼭지가 가는 것 같더니
꼭지민박집 근처에서 헤어질 당시~ 가기싫은 표정이 역력하다
살짝 “내일 가지 그래?” 한마디만 던지면 그대로 주저 앉을 기세다.

결국은 우리에게 박카스 10배 라는 피로 회복 강장제를 10병을 주고 서울로 향했다.
두친구들 정말 고맙다.

이렇게 첫날이 지난다.

대진 출발해서 속초를 조금 못간 송지호 해수욕장~~

오늘 여정이었다.

4월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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